4everLove
2014. 12. 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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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앞에서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잔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오장환 시인 [고향앞에서] 전문 인문평론(1940년) - [생각 하나] 원제는 향토망경시(鄕土望景詩)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가 ‘고향 앞에서’로 개제(改題)한 작품이다. 고향이 있어도 품에 안길 수 없는 사람은 고향을 잃은 자나 다름없으며 상실감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비극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는 인간에게 가장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정서로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시인은 고향회귀에 대한 모티브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1940년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지고 만주와 중국으로 민족의 시대적 아픔과 그리움의 정서를 독특한 감각적 표현과 현재법을 사용하여 형상화한 작품이다.
충청북도 보은 출생, 1936년 서정주, 김동리, 여상현, 함형수 등과 <시인부락> 동인으로 참여했다. 시인은 시는 비애와 퇴폐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모더니즘 지향, 향토적 삶을 배경으로 한 순수 서정시의 세계, 계급의식의 세계다.
(자료제공=골프타임즈)
사진=문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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