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everLove
2014. 12.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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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봄밤이 무르익다 누군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자전거를 슬쩍 타보고 싶은 거다 복사꽃과 달빛을 누비며 달리고 싶은 거다 자전거에 냉큼 올라가서는 핸들을 모으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은빛 페달을 신나게 밟아보는 거다 꽃나무를 사이사이 빠지며 달 모퉁이에서 핸들을 냅다 꺾기도 하면서 그리고 불현듯 급정거도 해보는 거다 공회전하다 자전거에 올라탄 채 공회전하다 뒷바퀴에 복사꽃 하르르 날리며 달빛 자르르 깔려들며 자르르 하르르 - 신현정 시인 [자전거 도둑] 전문 자전거 도둑, 예지(2005년)-
[생각 하나]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한 언어 세계는 천진난만했다. 참 짧은 시들의 풍경 속에서 자연의 모습으로 술 취해 히죽히죽 웃던 시인의 얼굴이 새삼 그립다.
절필하면서도 언어를 몹시 그리워했던 시인은 20여년의 공백을 거친 후 거친 호흡을 토해내며 <염소와 풀밭>(2003년), <자전거 도둑>(2005년), <바보사막>(2008년)을 펴냈다. 이즈음 상복(償復)도 터져 서라벌문학상(2003), 한국시문학상(2004), 한국시인협회상(2006)을 수상했다.
197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2009년 10월 지병으로 소천(召天)하였다. 유고 시선집으로 <난쟁이와 저녁식사를>(도서출판 북인, 2009년)이 있다.
(자료제공=골프타임즈)
사진=문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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