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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꽃뱀 골퍼, 제비 골퍼4

4everLove 2016. 3. 25. 01:15


기사 원본 : http://pluswater.cafe24.com/2016/03/24/%ec%97%b0%ec%9e%ac%ec%86%8c%ec%84%a4-%ea%bd%83%eb%b1%80-%ea%b3%a8%ed%8d%bc-%ec%a0%9c%eb%b9%84-%ea%b3%a8%ed%8d%b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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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꽃뱀 골퍼, 제비 골퍼4


 
 
 


제비는 골프장이 아니라 여기 있네

 

꼭 듣고 싶어요?”

 

그렇다니까요?”

 

요즘 전 에이즈 무섭고 사람 만나는 게 귀찮아서 셀프서비스로 즐겨요. 시원찮은 남자 만나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그리고 셀프서비스 플러스 태반주사를 주기적으로 맞아주니까 적어도 내 몸에게 미안 하지는 않죠.”

 

섹스를 즐기는 것 같지 않군요.”

 

나름대로 즐긴다고요. 나 정열적인 여자예요. 기계만 못한 남자가 세상엔 더 많아서 기계와 즐기는 거죠.”

 

그렇다면 할 말이 없군요. 전 얼마 전까지 고정적인 섹스 파트너를 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듣고 보니 그 방법 꽤 괜찮아 보이네요.”

 

제 경우가 정답이라는 건 아니고요. 전 누구를 만나 감정 따위로 피곤해 지는 게 싫고 인간관계 얽기기 싫어서예요. 섹스파트너를 둘 바에는 결혼을 해 버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박 기자님은 누구에게 간섭 받거나 관리 받는 게 싫으신 거죠?”

 


기사에도 쓸 수 없는 별반 도움도 안 되는 말들을 들어야하고 소득 없는 말을 지껄여야 하는 상황이 피로를 몰아오고 있었다. 그때 때 맞추어 음식 접시가 날라져왔다. 1분만 더 늦었어도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에피타이저로 나온 음식은 박 기자가 좋아하는 베이컨까지 곁들인 시저 샐러드였다. 다음은 와인과 더불어 먹음직스런 랍스터가 접시를 차지 한 채 탁자 위를 화려하게 만들었다. 성대한 점심이었다.

 

점심에 뭐 이렇게 진수성찬 이예요. 간단한 걸로 시키시지

 

독신 들은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규칙 잊으신 거죠?”

 

Q씨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공짜인데 먹어주자.‘

 

박 기자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듯 점심접시를 모두 비워 냈다.

 

공짜 좋아하는 아줌마를 네가 잘못봤다. 제비는 골프장이 아니라 여기 있네.’

 

박 기자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Q씨와 헤어져 골프 연습장에 도착 했을 때는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무렵이었지만, 레슨 시간을 30분이나 남겨둔 상태였다. 김 부장도 아직 오지 않고 있었다. 심 프로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텅 빈 골프연습장 안에는 중년으로 보이는 안정된 모습의 남자가 세련된 외모로 골프공을 치다말고 박 기자를 돌아보며 눈인사를 건넸다. 박 기자 역시 고개를 까딱 해 보이고 탈의실에 들러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심 프로는 중년 남자 앞자리에 박 기자를 안내하고 동작을 알려주더니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혼자 연습을 하는 박 기자의 공은 여전히 사방을 헤매고 있었다. 게다가 뒷자리의 남자가 날리는 공까지 방해하는 것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안절부절 하는 박 기자에게 남자는 점잖게 말을 걸어왔다. <계속>

 


작가 유현숙(劉賢淑)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띠뱃놀이로 등단, 그해 KBS-TV 드라마 작가 3기로 당선. 15년 동안 신문·잡지기자와 르포라이터로 활동, 잡지에 소설과 동화를 연재. 2003<문학저널> 신인문학상 동화 당선, 현재는 창작 활동과 병행해 사단법인 한국희곡작가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 중.

펴낸 책으로는 서울 수첩』 『엄마는 홈닥터』 『봉자의 겨울』 『나무여자(근간)등이 있다.

체 게바라는 저자가 8년간에 걸친 자료 조사와 노력 끝에 소설로는 세계 최초로 1997년 초판을 발행(자음과모음), 우리나라에서 체 게바라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그후 초판본을 수정 보완해서 2004년에 개정판(열매출판사)을 펴냈으며, 체 게바라 사망 40주년을 맞아 2007년에 다시 양장본으로 새롭게 발행했다.


유현숙 작가|ben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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