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가득 담긴 눈빛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을 들쑤셔놓은
골프 연습 후유증이 박 기자의 아침 출근길을 괴롭혔다.
어깨와 허리 근육이
서로 줄다리기 시합을 하듯 잡아 당겨 뻐근하고 순식간에 몸무게가 늘어난 듯 몸이 무거웠다.
그러나 출근길 핸들을 잡을 때부터 박 기자의
머릿속에는 골프공과 그립과 어제 첫날 만났던 잘생기고 매너까지 좋은 M&A전문가 정 사장에 대한 생각이 차오르고
있었다.
편집실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최 국장이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제비는 찾았어?”
“국장님!
제비가 그렇게 흔할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넌 그런 냄새 귀신 같이 잘
맡잖아.
실력 발휘 좀
해.”
“저도 전문가라고
자처하는데요.
너무 보채지
마세요.
노력하고
있다고요.
오늘도 내일도 저는
어제 그 시간이면 골프장으로 가야 되는 거 아시죠?
저 레슨시간
정해졌거든요.”
“박 기자,
레슨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 알지?
다시 말 하지만 한
달 내 그 르뽀 완성 못하면 자기 주머니 털어서 해야 된다는 것 명심 해.”
“알았다고요.”
박 기자는 입술을 약간 비틀며 불만스런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오전 중에 잡혀있는
운동선수 Q씨와의 인터뷰를 마치면,
점심은 대충 해결하고
골프장으로 향하면 되었다.
김 부장 역시
골프장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운동선수 Q씨와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옆구리에 간지럼을
태우듯 머릿속에는 골프장 풍경들이 밀려들었다.
Q씨와 만나기로 한 인터뷰 장소와 골프
연습장은 옆 집 만큼이나 가까이 있어 김 부장 보다 먼저 가서 연습 시간을 늘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Q씨는 눈치도 없이 이른 점심시간인데도 아침을
안 먹었다며 굳이 점심을 먹자고 보챘다.
촌지 받는 것도 아니고,
혼자 밥 먹는 게
싫어 아침을 걸렀다는 독신인 Q씨를 위해 함께 밥 한 끼 먹어주는 것도
좋은 일 하는 것이다 싶어 그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메뉴 고르는
게 귀찮아 같은 걸로 시키라고 했더니 무슨 음식인지 시간이 꽤 흘러도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주객이 바뀌어 Q씨는 박 기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대고
있었다.
가끔 재미 삼아 또는
귀찮아서 미혼이냐는 물음에는 유부녀임을 숨기고 독신이라는 대답을 해 대는 박 기자였다.
이번에도 역시
독신녀라는 대답을 해 댄 것이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Q씨는 독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독신자의 삶에
대한 변명과 유리한 점을 늘어놓았다.
그때마다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것도 귀찮아
맞장구를 쳐 주었다.
Q씨는 신이 나서
떠들고,
급기야 속 깊은
얘기며,
은밀하고 노골적인
‘성’에 대한 얘기로 옮겨
갔다.
“운동하는 사람들 스테미너 좋은 거 말하지
않아도 아시죠?
그것 때문에
독신에서는 불편한 점이 딱 하나랍니다.
저는 여성들 생리하듯
주기적으로 성적 해결이 안 되면 몸이 쑤시고 아프고 경기도 잘 안 풀려요.
특히 경기를 치르고
나서 진한 섹스 후 사우나를 하고나면 몸이 금방 풀리고 가볍고 상쾌해요.
박 기자님은 어떻게
해결하세요?”
박 기자는 ‘웃기는 녀석 다 보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운동선수
Q씨는 욕망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박 기자를
들여다보고 답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때 불현듯 떠오른
대답이 있었다.
폐경기를 앞 둔
독신녀 최 국장이 요즘 태반 주사를 맞는데 몸이 무척 가볍다는 말이 생각 난 것이었다.
또 독신녀 후배에게
남자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농을 걸어 올 때마다 유쾌 통쾌하게 날리던 말까지 떠올랐다.
<계속>
작가
유현숙(劉賢淑)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띠뱃놀이』
로
등단,
그해
KBS-TV
드라마 작가
3기로 당선.
15년 동안
신문·잡지기자와 르포라이터로
활동,
잡지에 소설과 동화를
연재.
2003년
<문학저널>
신인문학상 동화
당선,
현재는 창작 활동과
병행해 사단법인 한국희곡작가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 중.
펴낸 책으로는 『서울 수첩』
『엄마는
홈닥터』
『봉자의
겨울』
『나무여자(근간)』
등이
있다.
또 『체 게바라』는 저자가 8년간에 걸친 자료 조사와 노력 끝에 소설로는
세계 최초로 1997년 초판을 발행(자음과모음),
우리나라에서 체
게바라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그후 초판본을 수정
보완해서 2004년에 개정판(열매출판사)을 펴냈으며,
체 게바라 사망
40주년을 맞아 2007년에 다시 양장본으로 새롭게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