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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꽃뱀 골퍼, 제비 골퍼3

4everLove 2016. 3. 17. 14:25



기사 원본 : http://pluswater.cafe24.com/2016/03/17/%ec%97%b0%ec%9e%ac%ec%86%8c%ec%84%a4-%ea%bd%83%eb%b1%80-%ea%b3%a8%ed%8d%bc-%ec%a0%9c%eb%b9%84-%ea%b3%a8%ed%8d%bc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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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꽃뱀 골퍼, 제비 골퍼3


 
 
 


욕망이 가득 담긴 눈빛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을 들쑤셔놓은 골프 연습 후유증이 박 기자의 아침 출근길을 괴롭혔다. 어깨와 허리 근육이 서로 줄다리기 시합을 하듯 잡아 당겨 뻐근하고 순식간에 몸무게가 늘어난 듯 몸이 무거웠다.

 

그러나 출근길 핸들을 잡을 때부터 박 기자의 머릿속에는 골프공과 그립과 어제 첫날 만났던 잘생기고 매너까지 좋은 M&A전문가 정 사장에 대한 생각이 차오르고 있었다.

 

편집실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최 국장이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제비는 찾았어?”

 

국장님! 제비가 그렇게 흔할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넌 그런 냄새 귀신 같이 잘 맡잖아. 실력 발휘 좀 해.”

 

저도 전문가라고 자처하는데요. 너무 보채지 마세요. 노력하고 있다고요. 오늘도 내일도 저는 어제 그 시간이면 골프장으로 가야 되는 거 아시죠? 저 레슨시간 정해졌거든요.”

 

박 기자, 레슨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 알지? 다시 말 하지만 한 달 내 그 르뽀 완성 못하면 자기 주머니 털어서 해야 된다는 것 명심 해.”

 

알았다고요.”

 


박 기자는 입술을 약간 비틀며 불만스런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오전 중에 잡혀있는 운동선수 Q씨와의 인터뷰를 마치면, 점심은 대충 해결하고 골프장으로 향하면 되었다. 김 부장 역시 골프장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운동선수 Q씨와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옆구리에 간지럼을 태우듯 머릿속에는 골프장 풍경들이 밀려들었다.

 

Q씨와 만나기로 한 인터뷰 장소와 골프 연습장은 옆 집 만큼이나 가까이 있어 김 부장 보다 먼저 가서 연습 시간을 늘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Q씨는 눈치도 없이 이른 점심시간인데도 아침을 안 먹었다며 굳이 점심을 먹자고 보챘다.

 

촌지 받는 것도 아니고, 혼자 밥 먹는 게 싫어 아침을 걸렀다는 독신인 Q씨를 위해 함께 밥 한 끼 먹어주는 것도 좋은 일 하는 것이다 싶어 그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메뉴 고르는 게 귀찮아 같은 걸로 시키라고 했더니 무슨 음식인지 시간이 꽤 흘러도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주객이 바뀌어 Q씨는 박 기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대고 있었다. 가끔 재미 삼아 또는 귀찮아서 미혼이냐는 물음에는 유부녀임을 숨기고 독신이라는 대답을 해 대는 박 기자였다. 이번에도 역시 독신녀라는 대답을 해 댄 것이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Q씨는 독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독신자의 삶에 대한 변명과 유리한 점을 늘어놓았다.

 

그때마다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것도 귀찮아 맞장구를 쳐 주었다. Q씨는 신이 나서 떠들고, 급기야 속 깊은 얘기며, 은밀하고 노골적인 에 대한 얘기로 옮겨 갔다.

 

운동하는 사람들 스테미너 좋은 거 말하지 않아도 아시죠? 그것 때문에 독신에서는 불편한 점이 딱 하나랍니다. 저는 여성들 생리하듯 주기적으로 성적 해결이 안 되면 몸이 쑤시고 아프고 경기도 잘 안 풀려요. 특히 경기를 치르고 나서 진한 섹스 후 사우나를 하고나면 몸이 금방 풀리고 가볍고 상쾌해요. 박 기자님은 어떻게 해결하세요?”

 

박 기자는 웃기는 녀석 다 보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운동선수 Q씨는 욕망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박 기자를 들여다보고 답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때 불현듯 떠오른 대답이 있었다. 폐경기를 앞 둔 독신녀 최 국장이 요즘 태반 주사를 맞는데 몸이 무척 가볍다는 말이 생각 난 것이었다. 또 독신녀 후배에게 남자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농을 걸어 올 때마다 유쾌 통쾌하게 날리던 말까지 떠올랐다. <계속>

 


작가 유현숙(劉賢淑)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띠뱃놀이로 등단, 그해 KBS-TV 드라마 작가 3기로 당선. 15년 동안 신문·잡지기자와 르포라이터로 활동, 잡지에 소설과 동화를 연재. 2003<문학저널> 신인문학상 동화 당선, 현재는 창작 활동과 병행해 사단법인 한국희곡작가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 중.

펴낸 책으로는 서울 수첩』 『엄마는 홈닥터』 『봉자의 겨울』 『나무여자(근간)등이 있다.

체 게바라는 저자가 8년간에 걸친 자료 조사와 노력 끝에 소설로는 세계 최초로 1997년 초판을 발행(자음과모음), 우리나라에서 체 게바라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그후 초판본을 수정 보완해서 2004년에 개정판(열매출판사)을 펴냈으며, 체 게바라 사망 40주년을 맞아 2007년에 다시 양장본으로 새롭게 발행했다.


유현숙 작가|ben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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