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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꽃뱀 골퍼, 제비 골퍼5

4everLove 2016. 6. 19. 01:47


기사 원본 : http://pluswater.cafe24.com/2016/06/18/%ec%97%b0%ec%9e%ac%ec%86%8c%ec%84%a4-%ea%bd%83%eb%b1%80-%ea%b3%a8%ed%8d%bc-%ec%a0%9c%eb%b9%84-%ea%b3%a8%ed%8d%bc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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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꽃뱀 골퍼, 제비 골퍼5


 
 
 


제비족 의심 명단에서 삭제-괜찮은 인물로 판단-

 

성격이 무척 급하군요. 조금만 천천히 배운 동작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복습하세요. 지금은 볼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지 않네요.”

 

 

박 기자는 호흡을 가다듬고 처음 배운 동작 하나하나를 생각했다. 몸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더 불일치를 이루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반복하다보면 동작이 몸에 익숙해지는 시기가 있어요. 골프란 의지대로 되는 운동은 아닌 것 같더군요.”

 


사진=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골프를 오래 하셨나 봐요?”

 

박 기자의 등 뒤에서 계속 무어라 말을 해대는 남자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 박 기자는 뒤 돌아 말을 붙였다.

 

햇수로는 20년 가까이 되지만 시간이 없어 평균 한 달에 한번 정도 필드에 나가니까 시간 날 때 이렇게 연습장이라도 찾아오는 겁니다.”

 

골프는 어떤 운동이라고 생각하세요?”

 

박 기자의 질문에 남자는 멈칫하더니 곧 말을 받았다.

 

질문에 대답할 만큼 골프를 모릅니다만, 저는 골프는 자기 수양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욕심을 갖거나 서두르면 볼이 잘 안쳐지기 때문이죠.”

 

박 기자는 남자가 꽤 괜찮은 인물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일단 제비족 의심 명단에 넣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남자는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황급히 골프채를 챙겨들고 자리를 떴다.

 

연습장은 나 혼자 지키게 됐네.’

 

박 기자는 혼잣말을 중얼대다 연습장 구석 휴게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유리로 칸막이가 되어 있고, 출입문은 달지 않은 휴게실 소파에서 한 여자가 일어서는 것을 발견했다. 여자는 파도처럼 긴 웨이브머리를 출렁여보였다. 이내 연습장으로 들어선 여자는 방금 남자가 나간 자리에 와서 섰다. 170센티쯤 돼 보이는 큰 키에 세련된 디자인의 골프복을 입고 요즘 유행하는 동안 화장으로 청순미를 강조한 여자였다. 여자는 눈이 마주치자 눈인사를 건네고 골프채를 휘둘렀다. 박 기자는 그녀의 시원스런 몸놀림과 소리만 들어도 대단한 파워를 느끼게 하는 여자의 골프 능력에 주눅이 들어 멍해졌다.

 

여자는 실력을 보여주려는 듯 아이언으로 시작해서 우드와 드라이버까지 쉼 없이 휘둘렀다. 여자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평소에 골프는 운동이 아니라고 말했던 박 기자는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골프도 열심히 하면 운동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점심식사 나간 심 프로는 오지 않았고, 김 부장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주눅 들어 공을 못치고 있을 수도 없어 박 기자는 용기를 냈다. 심호흡을 해서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다잡은 다음 그립을 잡은 손의 위치를 확인하고 클럽헤드까지 확인 한 후 심 프로가 했던 대로 하나, , 셋을 마음속으로 외치며 공을 쳐냈다. 성공이었다. 박 기자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왕초보지만 망신은 면했다는 안도감이었다. 공이 제대로 맞았는지 소리가 달랐다. 이번처럼만 잘 된다면 한번 맘먹고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 여자가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계속>

 


작가 유현숙(劉賢淑)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띠뱃놀이로 등단, 그해 KBS-TV 드라마 작가 3기로 당선. 15년 동안 신문·잡지기자와 르포라이터로 활동, 잡지에 소설과 동화를 연재. 2003<문학저널> 신인문학상 동화 당선, 현재는 창작 활동과 병행해 사단법인 한국희곡작가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 중.

펴낸 책으로는 서울 수첩』 『엄마는 홈닥터』 『봉자의 겨울』 『나무여자(근간)등이 있다.

체 게바라는 저자가 8년간에 걸친 자료 조사와 노력 끝에 소설로는 세계 최초로 1997년 초판을 발행(자음과모음), 우리나라에서 체 게바라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그후 초판본을 수정 보완해서 2004년에 개정판(열매출판사)을 펴냈으며, 체 게바라 사망 40주년을 맞아 2007년에 다시 양장본으로 새롭게 발행했다.


유현숙 작가|ben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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