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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祝詩-을미년] 양, 어답산에 들다

4everLove 2015. 1. 8. 18:17

[祝詩-을미년] 양, 어답산에 들다
 

 

양, 어답산에 들다
                                       - 정노천 시인-
양띠해 을미년 사변이라더니
상처이기도 하겠지만 털털 털어버리고
육십갑자 한 바퀴 다 돌아서 횡성 어답산에 들었네
공직을 떠나 진한 태기왕이 밟고 간 산 자락에 몸을 던졌다
양띠인 그는 그 산으로 도망간 것이 아니고
제2의 삶을 거머잡으러 스스로 들어갔다네
왕이라서
도망가면서 밟았다해서 어답산이 되는데
태기왕을 쫓아 박혁거세가 뒤따랐다고 하는데
쫓고 쫓기는 일이 흩어진 구름 속 같을 까
찢어진 바람 속이었을까
지금 전설로만 남아있는데
그 양띠 사내는 어답산 기슭에 터를 잡아
제 2의 생을 일구려는데
땅이름 하나 바꿀 힘이나 있을지
인생의 끝자락 여문 열매라서 수필을 쓰다가
인생의 정수라 엑기스만 건져서 시를 쓰다가
인생의 잡다한 기억들을 끌어 모아 소설을 쓰려고
집필실 하나 마련해서 그 산에 들었다네
갑천골 삼거리마을 앞에 깊숙이 물길을 모우고 그를 받아 들였네
뒤에 솟은 어답산은 아니라도
미답산으로 터를 닦으며
진한의 슬픔도 버무리고
혁거세 알의 기운까지 끌어내어 보소
 
그림|황하림(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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