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코뉴스 미디어센터/e-Book Mark

[연재소설] 꽃뱀 골퍼, 제비 골퍼1

4everLove 2016. 3. 7. 03:41


기사 원본 : http://pluswater.cafe24.com/2015/12/13/%ec%97%b0%ec%9e%ac%ec%86%8c%ec%84%a4-%ea%bd%83%eb%b1%80-%ea%b3%a8%ed%8d%bc-%ec%a0%9c%eb%b9%84-%ea%b3%a8%ed%8d%bc1/


레미컴미디어신문 : http://remicom.co.kr


[연재소설] 꽃뱀 골퍼, 제비 골퍼1


 
 
 


~떠나자 골프장으로

 

아침부터 잠이 덜 깬 것 같던 날씨가 기획회의를 시작하던 오전 10시 무렵, 마침내 굵은 빗방울을 몰아오더니 이내 폭우로 변했다.

 

창밖을 바라보던 최 국장이 한숨과 함께 장마가 온 모양이라고 말했다. 노처녀인 최 국장은 몇 년 전 교통사고로 목과 허리를 다친 후부터는 장마가 시작되면 온 몸이 쑤시고 아파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하고 아이구구를 연발했다.

 

사실 주부대상 잡지라는 특징 때문에 아이를 출산한 주부 기자들이 많아 날이 궂은 날이면 온갖 푸념이 쏟아졌다. 그럴 때마다 미혼인 여기자들과 남자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다고 일에서는 경력만큼이나 노련한 아줌마기자들이 기죽을 리도 없었다.

 

가사와 아이들과 남편 덕택에 기획회의에서는 아이디어도 풍부하게 터져 나왔다. 주부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기사를 원하는가를 피부로 느끼는 축들이었다.

 


회의가 시작되자 아이템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최 국장은 좀 더 쇼킹하고 자극적이며 여름을 날려버릴 아이템을 내 놓으라고 성화였다. 이때쯤이면 고개를 숙이고 서로 눈치를 보기 바빴다. 그런데 평소에 좀 덜렁대고 여성다운 외모와는 달리 말이 거칠어 신입기자들이 몹시 두려워하는 박 기자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좌중을 보고나서 최 국장을 불렀다. 모두의 시선이 박 기자에게 쏠렸다.

 

국장님, 이번에 잠입 기사 하나 내보내지요?”

 

잠입 르뽀를 ?”

 

오랜만에 몸 좀 풀어야겠습니다.”

 

박 기자, 뭔데 뜸을 들여?”

 

그게 취재비가 만만치 않아서

 

또 돈으로 메우는 거야?”

 

, 넌 회사 돈 들여 몸 만들고 건강 챙기더니 재미 붙였구나?

 

옆자리 3년 선배인 김 부장이 얄밉다는 투였다. 박 기자는 체험 르뽀를 쓴다고 5개 월 동안 회사 돈으로 자신의 몸만들기에 들어가 몸무게를 무려 14킬로그램이나 빼고 몸 짱에 등극했다. 동료들은 그런 그녀에게 시샘과 부러움을 느끼는 중이었다. 30대 후반의 아줌마가 요즘 젊은 여자들 사이에 대세라는 44사이즈 옷을 걸치고 다녔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골프장 잠입 르뽀를 쓰기위해 골프장에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좋아. 취재비 지불하겠는데, 한 달 내에 제비 못 만나면 알아서 해. 한 달 안에 취재 못 끝내면 남은 시간은 박 기자 돈으로 해결해야 해. 시간 끌 생각은 마.”

 

박 기자는 입을 쫑긋 모으고 어깨를 으쓱 했다. 그때 김 부장이 끼어들었다.

 

혼자 가는 것 보다 지원자가 있으면 바람도 잡아주고 좋을 텐데 내가 같이 가 줄까?”

 

지원 사격하는 사람한테까지 취재비 지불은 안 될걸요? 국장님, 안 그런가요?”

 

그 말은 맞아. 김 부장 얼마 전부터 골프 배우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나? 이 기회에 같이 다녀보지? 취재비는 못주지만 어차피 다닐 거면 좋은 일 아냐? 누가 봐도 아줌마 둘 일 테니 의심을 덜 받지. 대신 시간은 빼줄 수 있어. 아무래도 점심시간 끼어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아줌마 후리러 온 제비가 퇴근 후 나타나겠어. 낯 시간에 나오겠지.”

 

기획 회의가 끝난 점심시간 박 기자와 김 부장이 고급아파트들 사이에 자리 한 골프 연습장을 찾아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곧바로 소위 똑딱 볼을 치는 순서에 들어갔다. 연습장 안에는 주부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멋진 포즈로 쳐대는 볼 소리가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었다. <계속>

 


작가 유현숙(劉賢淑)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띠뱃놀이로 등단, 그해 KBS-TV 드라마 작가 3기로 당선. 15년 동안 신문·잡지기자와 르포라이터로 활동, 잡지에 소설과 동화를 연재. 2003<문학저널> 신인문학상 동화 당선, 현재는 창작 활동과 병행해 사단법인 한국희곡작가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 중.

펴낸 책으로는 서울 수첩』 『엄마는 홈닥터』 『봉자의 겨울』 『나무여자(근간)등이 있다.

체 게바라는 저자가 8년간에 걸친 자료 조사와 노력 끝에 소설로는 세계 최초로 1997년 초판을 발행(자음과모음), 우리나라에서 체 게바라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그후 초판본을 수정 보완해서 2004년에 개정판(열매출판사)을 펴냈으며, 체 게바라 사망 40주년을 맞아 2007년에 다시 양장본으로 새롭게 발행했다.


유현숙 작가|ben24@naver.com

 

< 저작권자 © 레미컴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