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을
향한 사내들의 혹심
얼마 후 세 남자가 양복차림으로 들어서며
그녀들을 지도하고 있던 심 프로는 물론 아줌마들과도 큰 소리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들을
지켜보다가 그들 중 유난히 키가 크고 우람한 체격에 준수한 외모를 갖춘 한 사내가 물었다.
“오늘 등록하신 분 들인 가
봐요?”
박 기자가 흘끗 곁눈질을
했다.
멀찍이 떨어져 자리
한 김 부장은 똑딱이 볼에 재미가 붙었는지 묵묵히 볼을 날려 보냈다.
세 명의 남자들은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 자신들의 골프채 가방을 하나씩 들고 흩어졌다.
그런데 준수한 외모의
사내는 박 기자의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박 기자 앞에는 자신의 포즈를 점검할 수
있는 대형 거울이 자리 잡고 있어 사내의 일거 수 일 투족이 거울 안으로 들어왔다.
명품으로 일컬어지는
골프복과 그의 외모가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박 기자는 거울 속
사내를 점검해 나갔다.
골프 연습장이라고 해도 꽤 세련된 포즈와
자연스러운 행동들이 골프를 오랜 시간 동안 해 온 사람 같았다.
이제 그의 직업을
해부 할 차례였다.
세 사람의 차림새로
보아 화이트 칼라인건 분명하고,
점심시간에 잠시 들른
것 같은데 그래도 어느 정도 직책에 있거나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일 것 같았다.
외모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는 금융관련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늘어 놓다보니 공은
앞쪽으로 날아가지 않고 대각선 방향으로 가거나 사내의 볼이 가야 할 곳에가 부딪쳤다.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박 기자는 자신의
볼이 사내의 볼을 방해하자 본능적으로 뒤돌아서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사내는 말을 붙일 건수를 발견했다는 듯 냉큼
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처음 할 때는 누구나
그래요.
긴장
푸시고,
볼을
즐기세요.
배우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죠.
골프는 운전과
같아요.
처음엔 부자연스럽지만
연습하다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돼요.
어느 날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게 골프예요.
한번 쳐
보세요.
제가 뒤에서 봐
드릴께 요.”
박 기자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남자의 자상함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심 프로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김 부장의 폼을 봐 주고 있는 중이었다.
“책상에 앉았다고 생각하고 공을
보면서…
너무 힘이 들어 가
있어요.
긴장하지 말고
골프채는 자연스럽게 쥐 세요.
그렇게 힘을 주어
쥐면 나중에 손이 아플 거예요.
자 상체 어깨만
돌려서 하나 둘 셋…”
사내는 아예 박 기자의 코치로 나선 사람
같았다.
“이 근처 사세요?”
“네.”
“골프를 시작한 것은 잘 한
일이예요.
요즘은 모든 모임이
골프장에서 이루어지고 자연에서 행해지는 좋은 운동이거든요.
여자 분들은 몇 명씩
어울려 오시던데 혼자신가요?”
“아니요.
저도 선배 언니랑
함께 등록 했어요.”
“그렇군요.
전 저와 같은 일
하는 선후배들과 점심 먹고 잠시 소화나 시킬 겸 들렀는데…”
“무슨 일을 하시는데요?”
박 기자는 어느새 사내에게 질문까지 해대고
있었다.
“경제 쪽 일인데,
재미없고 골치 아픈
일을 해요.
M&A 들어
보셨죠?”
“좋은 직업이시네요.”
박 기자는 내심 ‘그럼 그렇지 내 눈은 못
속여.
금융이나
M&A나’라고 속으로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을 은근히
으스댔다.
<계속>
작가
유현숙(劉賢淑)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띠뱃놀이』
로
등단,
그해
KBS-TV
드라마 작가
3기로 당선.
15년 동안
신문·잡지기자와 르포라이터로
활동,
잡지에 소설과 동화를
연재.
2003년
<문학저널>
신인문학상 동화
당선,
현재는 창작 활동과
병행해 사단법인 한국희곡작가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 중.
펴낸 책으로는 『서울 수첩』
『엄마는
홈닥터』
『봉자의
겨울』
『나무여자(근간)』
등이
있다.
또 『체 게바라』는 저자가 8년간에 걸친 자료 조사와 노력 끝에 소설로는
세계 최초로 1997년 초판을 발행(자음과모음),
우리나라에서 체
게바라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그후 초판본을 수정
보완해서 2004년에 개정판(열매출판사)을 펴냈으며,
체 게바라 사망
40주년을 맞아 2007년에 다시 양장본으로 새롭게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