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嬌態)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3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박남수 시인 [새] 전문 신태양(1959년) -
[생각 하나] 새로 표상되는 자연의 생명적 아름다움과 인간의 인위와 파괴성을 대립시켜 시를 노래하고 있다. 자연적 생명의 순수함을 나타내면서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과 지성적 태도로 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을 시인은 말하고 있다.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
삶의 순수를 파괴하는 인간의 비정함이 참 날카롭다 못해 순수를 잃어버린 인간의 어리석움 또한 애달프다. 시인은 새를 참 많이 노래했다. 갈매기의 소묘, 신의 쓰레기, 새의 암장 같은.... 은유와 상징을 통해 순수와 비순수를 넘나들었다.
(자료제공=골프타임즈)
사진=문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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