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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시선 적시기] 꽃노래 – 최문자 시인

4everLove 2016. 3. 17. 15:41


기사 원본 : http://pluswater.cafe24.com/2015/12/16/%eb%a7%88%eb%a5%b8-%ec%8b%9c%ec%84%a0-%ec%a0%81%ec%8b%9c%ea%b8%b0-%ea%bd%83%eb%85%b8%eb%9e%98-%ec%b5%9c%eb%ac%b8%ec%9e%90-%ec%8b%9c%ec%9d%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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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시선 적시기] 꽃노래 – 최문자 시인


 
 
 


꽃노래 - 최문자 시인

 

상처는 아프기 전 꽃투성이었죠

어이없이 꽃 냄새가 나죠

 

상처가

내일이면 소리 없이 아플 꽃일 줄, 우는 이가 많을 꽃일 줄, 아픔의 바닥에서 막 올라온 꽃인 줄 몰랐죠

 

밤이 오면 간절한 칼날로 꽃을 베고 솟아오르는

내가 못 이기는 이빨

 

나는 가끔 높은 산 정상을 올라타고 까마득한 이빨들을 내려다보죠

 

사반도 로뎀 나무 그림자도 흰 꽃도 약대 털옷도 선한 사마리아 사람도 없는 여리고로 가는 캘튼 계곡

하갈이 맨발로 헤맨 틀림없는 유대 광야죠

 

동물의 왕국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상처를 핥는 맹수를 보았죠

무엇을 핥아 낼까? 붉고 노란 꽃이었나?

혀가 들려주는 상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걸까?

 

전갈이 전갈을 찌르고 죽어 가는 광야의 밤

상처는 무슨 꽃노래를 불러야 복원될까?

 

꽃의 슬픈 가사를 잊어버렸죠


최문자 시인|remicom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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